“코로나19로 어려운 이들을 돌풍의 회오리 속에 버려두지 말아 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에 응답하듯, 교회 안팎으로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한 나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길가에 핀 봄꽃처럼 화사하고 따뜻한 나눔의 현장을 소개한다.
■ 취약계층 돌봄에 앞장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가 3월 21일 서울역 인근 쪽방촌 이웃을 위한 도시락 나눔에 앞장섰다. 같은 달 7일과 14일 봉사에 나선 이후 세 번째다.
유 주교는 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위원장 허근 신부)가 운영하는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을 방문해, 인근 주민들에게 손소독제와 도시락 400개를 전달했다. 봉사에는 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김정환 신부와 병원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형 신부, 배우 박철(라우렌시오), 가수 김장훈 등이 함께했다.
유 주교는 “이럴 때일수록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살피고, 먼저 돌아봐야 할 이웃을 찾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도시락 전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전달된 도시락과 물품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긴급특별지원을 통해 마련했다. 본부는 지금까지(3월 26일 기준) 단중독사목위원회를 비롯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경기도 성남 안나의집 등을 통해 이주민,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게 1억1580여만 원을 지원했으며,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봉사 중 가수 김장훈은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도시락 전달을 위해 방문한 쪽방에서 홀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50대 남성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구조된 남성은 다행히 위기를 넘기고 병원 치료 중이다.
서울 구로3동본당(주임 박영주 신부)도 3월 27일 코로나19로 외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관내 노인 등 취약계층 30여 가정을 방문해 쌀과 김치 등을 나눴다. 이날 음식 나눔에는 본당 사회복지분과 담당 박경석 수사와 본당 청소년들이 동행했으며 정재준 신부(살레시오회)도 함께해 음식을 전달 받은 가정을 위해 기도와 강복을 했다.
본당은 3월 25일 긴급 음식 나눔을 결정하고 26일에 사회복지분과 소속 신자들이 하루 종일 김치와 반찬을 만들었으며, 27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지원 대상 가정을 방문했다.
■ 따뜻한 마음 릴레이
취약계층의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광주대교구 각 본당과 수도회, 기관 단체들이 대대적인 ‘면 마스크 만들기 나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회장 이봉문 신부, 이하 사회복지회)가 추진하는 이 운동에는 광주 지역 본당 24개, 전남 지역 본당 12개 등 총 36개 본당이 참여했다. 또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와 살레시오 수녀회 등 수도회 4곳도 마스크 제작에 동참했다. 사회복지회는 총 2만5000개의 마스크 제작 재료를 마련해 신청 본당 등에 공급했다.
완성된 마스크 일부는 본당에서 관할 지역 내 취약계층에 전달하고, 나머지는 사회복지회에서 노숙인, 이주노동자, 사회복지 생활시설 등 마스크가 필요한 곳에 배포한다. 또 대구·경북 등 타 지역에도 긴급하게 마스크가 필요한 곳이 있을 경우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원주 일산동본당(주임 한장우 신부) 주일학교는 ‘손기도 쓰기 릴레이’로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본당 주일학교 교사들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청하는 기도’를 손글씨로 작성해 SNS에 올리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주일학교 교사와 초등부 학생, 중고등부 학생 등 35명은 기도문과 함께 마음에 남는 성경구절을 작성하고 묵주기도 5단을 바치며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16일 시작된 릴레이는 현재 27번째 주자가 기도문 쓰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 구로3동본당 박경석 수사(맨 왼쪽)와 청소년들이 3월 27일 본당 관내 가정에 전달할 쌀과 반찬을 나르고 있다.박지순 기자